나는 영화를 볼 때 주로 스케일이 큰 액션 영화나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를 보곤 한다. 하지만 이 영화 ‘스모크’는 보는 영화가 아니라 느껴야하는 영화이다.
담배 연기의 무게를 재는 이야기로 영화가 시작된다. 담배 가게 주인인 오기는 언뜻 보면 가벼운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의 사진처럼 언뜻 보면 같아 보이지만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느긋하게 보면 다르게 보이는, 담배 연기처럼 무게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론 무게가 있는 사람이다. 또 약간은 어리 숙한 종업원을 고용하는 것을 보면 부드러운 인간적인 면도 있는 것 같다. 브루클린 골목의 작은 담배 가게에서 그들은 자신 마음속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그렇게 계속 담배를 피워댔다.
영화는 작가이자 아직 아내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지 못한 폴과 그가 차에 치일 위험에서 구해준 라쉬드, 애꾸눈을 가진 오기의 전 여인 루비, 라쉬드와 엄마를 버린 라쉬드의 아빠 사이러스, 담배 가게 주인인 오기 이렇게 다섯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다섯 개의 플롯이 타이트하게 연결되지 않고 영화가 추구하는 바와 같이 조금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다섯 이야기 중 라쉬드 파트를 가장 주의 깊게 봤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드인 로스트에 출연한 해롤드 페리노가 라쉬드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라쉬드 부분을 자세히 보다보니 라쉬드가 처음으로 폴의 집을 방문하였을 때 폴이 문 앞에서 누구냐고 물을 때는 담배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문을 열고 난 후 담배를 물고 있는 옥의 티를 발견하는 작은 재미도 얻을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은 모든 배우들에게 시련을 주고 그것을 극복하도록 도전하게 한다. 라쉬드는 자신의 이름을 속이며 계속 바꾸고 거짓말을 일삼는다. 이것은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은 상처와 현재 자신의 처지와 행동에 떳떳하지 못 함 때문이다. 결국 오기와 폴의 도움으로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진짜 이름과 존재를 드러내고, 앞으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게 된다.
‘시간은 금이다'、'빨리 빨리’의 세상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비록 담배를 피우진 않지만 작은 담배 가게 안에서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며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 곳이 너무 부러웠다. 마치 뉴욕에 직접 찾아간다면 실제로 그 골목에 존재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천천히 도시를 가로지르는 기차를 타고 느리지만 자세하게 세상사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극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 단연코 최고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폴에게 들려준다고 약속했던 오기의 스토리이다. 나도 폴이랑 만나기 전에 식당에서 오기가 읽고 있던 신문에서 크리퍼로 보이는 사진과, 초반에 오기의 가게에서 성인잡지를 들고 도망치는 장면으로부터 미루어 짐작컨대, 폴이 의심했던 것처럼 오기의 이야기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어낸 지 여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오기가 한 이야기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이며 우리의 미소를 지어내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앞으로 크리스마스가 오면 맥컬리 컬킨의 ‘나홀로 집에’ 보다 ‘스모크’가 먼저 생각나고 찾게 되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0) | 2007.03.06 |
---|---|
드림걸즈(OST) (0) | 2007.03.06 |
쏘우 3 (0) | 2007.03.02 |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제로 (0) | 2007.03.02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0) | 2007.03.02 |
댓글